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김지훈 기자

다주택 보유자인 60대 A씨는 ‘8·2 부동산대책’ 발표 다음날인 지난 3일 오전 잠실 트리지움 아파트 전용 84㎡를 13억원에 매물로 내놓았다. A씨는 지난달 해당 매물을 13억5000만원에 사겠다는 매수희망자의 제의를 거절한 바 있다. 가격이 더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대책 발표 후 가격을 낮췄지만 매수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선 재건축아파트뿐 아니라 일반 아파트시장도 거래가 위축됐다.
　
다주택 보유자 등 최근 강남지역 주택매도자들이 고민 끝에 값을 대폭 낮춘 급매물을 내놓았지만 며칠 전과 달리 수요자들이 선뜻 거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집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부가 예상보다 빨리 부동산 추가 대책을 발표하고, 이후에도 잇따라 투자 목적 거래 및 다주택 보유자 등에 대해 국세청 조사를 비롯해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시사하면서 시장이 급랭했기 때문이다. 
　
8·2대책으로 주택매수자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최근 잠실 소재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로 불리는 일반 아파트 1채를 매수 계약한 B씨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강화 영향으로 계약해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들은 10여년 전 잠실 주공아파트 단지를 재건축해 들어선 단지로 투자자뿐 아니라 실수요자들도 주목하는 곳이다.
　
내년 초과이익 환수제 회피가 유력한 재건축 선두권 단지들도 8·2대책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고 분양권 전매제한이 적용되는 등 규제 직격탄을 맞았다.
　
조합이 설립됐지만 한시적인 지위 양도 예외 조항을 적용받는 서초구 소재 반포 주공1단지는 급매물이 등장했다. 기존 호가가 28억원에 달하던 전용 84㎡의 가격을 25억원으로 낮췄다.
　
조합 설립 전인 강남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들은 지위 양도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대책 이후 재건축시장을 이끌 것이란 시각이 있었지만 거래가 소강상태다. 조합 설립 전 추진위원회 단계인 은마아파트가 대표적이다. 대치동 소재 공인중개소는 매도자와 매수자 양측 모두 대책 이후 은마아파트의 적정 가격이 얼마인지 고민하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지역 다른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추가 상승을 기대한 주택 보유자들의 자신감이 사라졌다”며 “보유세 인상 등 후속 대책이 나온다면 실수요자 외에는 매수에 나설 이들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