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부동산 신탁회사들은 고객들이 맡긴 부동산을 효과적으로 개발하고 관리하는 게 주 업무였습니다.

그런데 이달부터 재개발, 재건축 정비사업이 가능해지면서 부동산 신탁사들의 수주를 위한 잰걸음이 한창입니다.

장기간 정체된 정비사업들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연솔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987년에 지어진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한 저층 아파트입니다.

140여 세대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단지규모가 크지 않아, 건설사들이 외면해왔습니다.

그러나 부동산 신탁회사가 사업을 맡으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지난해 한 부동산신탁회사가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오는 6월 착공을 앞둔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국내에서 신탁사가 단독으로 시행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조합이 아파트 관련 땅을 신탁사에 맡기고, 신탁사는 시공사 선정에서 일반분양까지 책임집니다.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부동산 디벨로퍼, 시행사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그동안 재개발, 재건축 사업주체는 조합이나 공공기관인 LH, SH공사만 인정돼 관련 사업은 사실상 자금조달을 담당하는 건설사가 주도했습니다.

조합이 사업주체지만 돈줄을 쥔 건설사에 끌려갈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 공사비를 비롯한 관련 비용이 과도하게 책정돼 이를 둘러싼 분쟁이 잦았습니다.

특히 소규모 재개발, 재건축 사업들은 건설사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외면하면서 사업 추진조차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실제 서울시의 정비사업구역은 680여 곳인데, 이중 약 42%가 장기간 사업이 지연된 곳입니다.

경기도와 인천까지 합치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달부터 자금력을 갖춘 부동산 신탁사들에게 문호가 열리면서 중소형 정비사업에도 숨통이 트이게 됐습니다.

[심교언 /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조합이 주도하고 시공사가 주도하는 그런 사업구조였는데 이제 신탁사가 들어오면 지금과는 다른 방식의 사업진행이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과거보다는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동산 신탁업계도 신시장 개척이란 점에서 적극적입니다.

[조영호 / 코람코자산신탁 전무 : 앞으로 신규 주택 분양 시작은 정체 내지는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고요. 그러다보니 새로운 사업을 찾다가 재고 주택의 리모델링이나 재생 이런 쪽으로 앞으로 사업이 많이 있을 것이라 봐서 저희가 진출을 결심했고요.]

한국토지신탁, 코람코, 한국자산, KB부동산신탁, 대한토지신탁은 팀이나 태스크포스를 꾸려 수주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이들 신탁사들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투명한 자금 집행으로 100조원 규모의 도시정비사업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합니다.

[백진혁 / 한국자산신탁 부장 : 금융회사인 저희 신탁사가 도시정비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면 신속한 사업진행 투명한 사업관리 이런 것들을 통하여 주민들의 분담금 경감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울시도 오는 7월 부동산신탁사가 정비 주체가 될 수 있는지를 검토한 용역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여서 부동산 신탁사들의 정비사업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입니다.

SBSCNBC 정연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