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서울 시내에서 추진되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 입주민이 동의할 경우 기부채납을 토지나 건물 대신 현금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서울 시내 300여개 재정비사업장의 사업성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재개발.재건축 사업장들은 정비사업을 추진할 때 반드시 기반시설을 만들어 시에 제공해야 했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정비사업구역 중 현금 기부채납이 가능해져 후보지 342개 구역의 현금 기부채납 예상액이 4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시는 우선 사전협의 중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과 한강삼익에 800억원 규모의 현금 기부채납을 추진하고 있다.

■강남 등 주요 재건축 현금 기부채납 관심

기부채납은 사업시행자가 정비사업에서 도로.공원, 건축물 등 기반시설을 공공에 무상 제공하고 건폐율.용적률.높이제한 등 규제완화를 받는 것이다. 지난해 1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이 개정돼 현금 기부채납이 가능해졌고, 이번에 서울시가 지자체 중 처음으로 세부 운영기준을 수립해 시행하게 됐다.

현재 서울시와 사전협의 중인 한강맨션(600억원)과 한강삼익(200억원) 2개 구역 현금 기부채납액은 8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아파트들은 한강 조망권을 갖추는 등 선호도가 높가 현금 기부채납 방식으로 일반분양을 늘리면 개발수익이 높아진다.

1971년 건설된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은 5층 23개동 660가구 규모다. 재개발 시 한강 조망권을 갖춘 최고 35층 1300~1500가구 아파트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1979년 건설된 2개동 252가구 규모의 한강삼익도 고층아파트로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는 정비사업구역 중 현금 기부채납이 가능한 후보지는 342개 구역 4조600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현금 기부채납이 기대되는 곳은 송파구 잠실주공아파트 1~4단지.시영아파트.장미아파트, 강남구 은마.압구정현대아파트, 영등포구 여의도, 용산구 등 대단지들이다.

서울시 김흥준 재생관리공간팀장은 "1970~1980년대 개발시대 지어진 아파트지구 중 5층짜리 아파트는 재개발이 많이 됐고, 15층짜리 아파트에 현금 기부채납이 많이 적용될 전망"이라며 "강남 등 계획적인 신도시는 이미 도로.공원 등이 갖춰져 불필요한 시설 기부채납보다 현금 납부가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반분양 늘어 사업성 높아질 듯

지난해 도정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시행자는 기부채납의 50%까지 부동산이 아닌 현금으로 납부할 수 있다. 서울시가 이번에 세부 운영기준을 마련함에 따라 재정비사업장 조합 등은 공공기여 방식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사업성 개선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도 불필요한 기반시설 대신 현금을 받아 도시재생 등 재원으로 활용하게 된다.

강남 등 계획도시의 경우 이미 도로.공원 등 기반시설이 갖춰져 토지.시설보다 현금 기부채납이 더 유리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도정법 개정이후 잠실, 반포 등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지역 문의가 늘고 있다.

강남권 한 재건축 조합은 "현금 기부채납은 토지 값만 서울시에 현금 납부하면 되는 것이어서 조합원들의 의견이 맞으면 추진할 만하다"며 "향후 현금 납부액보다 분양수익이 높으면 조합이익으로 편입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 기부채납액은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과 도시재생기금 재원으로 활용돼 도시재생사업에 사용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도시재생에 공을 들이는 만큼 관련 재원마련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